[영화] 인간의 조건

<인간의 조건> 장장 근10 시간 관람. 온몸이 뻐근. 기타와 미치코 커플이 나오는데 딱 절반쯤부터 미치코는 사라진다. 서사에서 제거되면서 흥미롭게도 미치코는 상징화된다. 그리고 엔딩은 기타가 미치코 미치코 수십번을 부르며 끝나는데... 거의 이제 그만, 워워~ 하고 싶을 정도. 군국주의를 문제화한다고 일본 정체성을 부인하는 건 아니지. 실제로 전후 일본은 전쟁 책임을 군부에게만 돌려놓고, 천황은 그대로 일본의 핵심으로 두었지 않은가. 그래서 꽤 흥행했다는 이 영화에 천황이 거의 언급되지 않으면서 은근 사회주의 및 혁명의 몰인간성을 지적하고 휴머니즘을 부르짖는 건 당연해보인다. 여기에 남을 것은 미치코가 지키고 있을꺼라 믿어 의심치 않는 집-가정-일상 밖에 없을 터. 이것이 <식민지 노무관계의 제 문제>의 저자가 피식민인과 식민자 사이에서 고뇌했던 과거를 '미치코와의 행복했던 한때'로 기억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. 일단은 여기까지 생각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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